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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재난지원금, 어찌 이리 안일한가


모두들 혹독한 겨울을 예상하고 있지 않을까 싶다. 이제 북반구에서의 겨울이 시작되고 있고 코로나19 재창궐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되고 있다. 사람들의 마음이 얼어붙으면 당연히 경제도 더 어려워진다. 정부가 경제위기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많은 사람의 목숨을 살릴 수도, 죽음으로 내몰 수도 있다.


이런 맥락에서 4차 추경예산은 많이 실망스럽다. 먼저 7조8000억원은 금액이 작아도 너무 작다. 한국은 경제상황이 좋은가 싶은 착각이 들 정도다. 그렇지 않고서야 1년 경제규모(GDP)가 2000조원에 육박하는 나라에서 초유의 팬데믹과 그로 인한 경제위기 와중에 재정지출에 이토록 인색할 수가 있나 싶다. 일부 언론에서는 4차례 추경으로 66조8000억원을 더 지출하면서 나라경제가 파탄날 것처럼 호도하지만, 사실 이 규모는 작년 GDP 대비 3.5%에도 못 미친다.


다른 나라들도 재정지출을 줄였을까? 과문한 탓인지 모르겠으나, 일단 이 코로나19 위기 중에 정부지출을 줄인 나라는 찾을 수가 없다. 국제통화기금(IMF)이 193개 회원국 전체의 재정 및 금융정책을 추적해서 공개하고 있는데 회원국 모두가 확대재정정책을 취하고 있다. 특히 지난 6월까지 각국 정부가 발표한 재정정책 자료를 종합한 데이터를 보면, 주요20개국(G20)이 한국의 추경처럼 추가지출한 재정부양책의 평균 규모는 GDP의 5.8%이고, 개발도상국 평균은 3.1%다. 저개발국들도 GDP의 1% 정도다. 한국 정부의 3차 추경까지 총지출액은 59조원이었는데, 이는 GDP의 3.1%로 개발도상국 평균 정도다.


한국을 포함한 선진 10개국 중에는 프랑스의 재정지출이 GDP의 2.7%(630억달러)로 유일하게 한국의 지출 비율보다 적다. 하지만 주의할 것은 2018년 기준 프랑스의 공적 사회보장비 지출은 GDP의 31.2%로 OECD 회원국 중에서 가장 높다는 점이다. 이에 비해 한국의 공적 사회보장비 지출은 GDP의 11.1%에 불과하다. 물론 OECD 평균인 GDP 20.1%에도 한참 모자란다. 한국보다 공적 사회보장비 지출이 낮은 OECD 회원국은 단 두 나라다. 칠레(10.9%) 그리고 멕시코(7.5%). 이렇듯 사회보장비 지출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건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으로 인한 비자발적 실업 등 각종 사회경제적 어려움에 대응해 개인들이 감당해야 하는 부담과 고통이 그만큼 더 클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한국의 재정지출은 너무 소극적이고 안일해 보인다.


다음으로 지급방식 논쟁에서 아쉬운 점은 국민들의 코로나19 우울감 등 심리적인 부분을 너무 소홀히 생각했다는 것이다. 지난 1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시에 예상과 달리 기부율(0.2%)이 그토록 낮았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사람들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그만큼 강하다는 방증이다. 조사에 따르면 한국민들의 코로나19 우울감 및 불안감은 다른 어느 나라보다 높다고 하지 않는가. 개개인들이 고통을 감내해서 방역성공을 이루고 있다는 얘기고, 그만큼 더 심리방역이 필요하다. 금액의 많고 적음은 부차적인 문제다. 재정승수 효과는 돈의 액수만으로 결정되는 게 아니라 긍정적 심리변화가 핵심이다. 선별지급으로 공정성 시비를 불러일으키는 건 사회통합과 연대를 해쳐 경제적 효과를 오히려 반감시킬 가능성마저 있다. 왜 통신비 2만원 지원과 같은 발상이 나온 것인가 생각을 좀 해 보니, 지원을 받아야만 하는 사람들의 절실한 입장이 아니라 돈을 주는 쪽의 시혜적 관점과 입장에서 접근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마지막으로 일부 언론의 보도와 달리 원래 계획보다 늘어난 올해 적자국채 발행량은 44조원이다. 하지만 중요한 건 발행액은 늘었어도 올해 본예산 편성 당시 예상했던 금액보다 국채 관련 이자 지출 규모는 오히려 줄었다는 점이다.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저금리 기조 때문이다. 실제 지난 10여년간 한국의 경제규모가 커지는 것에 비해 국채이자 부담액은 지속적으로 감소해왔다. 물론 최근엔 정부의 외국환평형기금채권을 역대 최저금리인 마이너스 금리로 발행하기까지 했다. 대외신용도 하락에 따른 부채폭탄위협론은 분명 현실 호도다. 물론 국채발행 규모가 너무 커서 시장금리 상승이나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낮은 상황이다.


경제위기 쓰나미는 이미 해외로부터 접근 중이다. 해변에 모래주머니를 더 쌓아서 막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발상을 전환해서 쓰나미를 향해 노를 저어 나아가야 사람과 경제 모두를 살린다. 물이 깊으면 파도가 낮아 살아날 가능성이 오히려 높기 때문이다. 더 과감한 재정운용을 바란다.


경향신문, 9월 25일 202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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